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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김신지)

아름다운 존재 2022. 12. 26. 17:20

그러니까 봄은 봄인 줄 알고, 여름은 여름인 줄 알고, 좋은 시간을 보내두라고. 왜냐하면 그 계절은, 지금도 쉼 없이 가고 있기 때문에.

 

나의 매일에 작은 기쁨들이 숨어 있다는 것. 삶에는 아직 우리가 발견할 구석이 많다는 것.

 

내게 없는 것을 가지려 애쓰는 대신, 내가 가진 순간을 다시 한 번 더 원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거나 ㅎ애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삶을 그저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오늘을 돌볼 것이다. 하루가 모여 결국 평생이 되므로.

 

지금 여기가 제일 좋은 순간.

 

중요한 건, 여기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 얼마나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타는가 하는 것.

 

바다에 몸 담그는 시간보다 생활에 몸 담그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우리도 다르지 않다. 동동 떠서 즐거움을 기다리다가 그것이 밀려오면 잽싸게 올라타야 한다.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짧으니까. 고꾸라진 뒤에도 툭툭 일어나 다시 기다림의 자세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의 즐거움이 밀려 올 때까지.

 

1. 가끔 아침에 혼자 해변을 산책하라.

햇빛이 물에 반사되는 것을 보고 네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라. 행복해져라.

 

2. 올해 우리가 함께 익혔던 새로운 단어들을 사용해보라.

더 많은 걸 말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되면 더 자유로워진다.

 

3. 최대한 책을 많이 읽어라.

하지만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지는 마라. 여름은 모험과 꿈을 북돋우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날아다니는 제비 같은 기분이 들 거다. 독서는 최고의 반항이다.

 

4. 네게 부정적이고 공허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은 피하라.

너를 풍요롭게 하는 것, 자극이 되는 상황, 있는 그대로의 너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사람들을 찾아라.

 

5. 부끄러움 없이 춤을 추라.

집 근처의 댄스 플로어에서, 혹은 너의 방에서 혼자 추어도 된다. 여름은 무조건 춤이다. 춤을 출 수 있을 때 추지 않는 건 어리석다.

 

보물을 찾았다. (또는 보물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배신과 더불어 왔다. 그 보물로 인하여 나는 상처 입었다. 차라리 보물을 찾지 못했더라면 하고 생각했다. 

이제 어째야 할까. 생각을 바꿔 그것이 보물이 아니었다고 결론짓고, 새로운 보물을 찾아나서야 할까. 아니면 그것이 가져온 이 배신마저도 보물이라 여기고, 다 좋은 척, 배신도 상처도 없는 척, 오직 즐겁기만 한 척 꾸미고 살아야 할까.

그게 삶일까.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어린 시절엔 길에 묻힌 사금파리 조각을 발견하고서도 혹시 그것이 별일까, 싶어 흙 속에서 파냈는데.

 

어떤 창을 가진다는 건, 하나의 풍경을 가지게 된다는 뜻과 같았다.

 

창은 지금 이 순간의 세상만을 담는다. 흘러가고 있는 시간 중에 바로 지금, 세상의 풍경 중에서도 단지 이만큼만. 두 손을 겹쳐 모아 샘물을 떠올리듯, 현재에서 이 순간과 풍경만을 오롯이 떠내어 보여준다. 어쩌면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때 그 순간을 그런 식으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다는 뜻이리라.

 

꼭 멀리 갈 필요는 없는 거라고. 산다는 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지금 눈앞의 세상을 잘 담아두는 일이라고.

 

나는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일까. 아무리 변하고 망가진 모습이라 해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지난 모습을 잊지 않고서, 지금의 너도 분명 너니까, 내버려두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지치지 않고 찾아낼 수 있을까.

 

뒷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한참 멀어진 뒤에 돌아보더라도 여전히 거기 있는 것. 보지 않아도 손 흔드는 것.

 

일단 오늘을 즐겁게 보내자. 그리고 내일이 오면, 일단 내일치의 오늘인 하루를 또 즐겁게 보내보자.

 

지나치며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의자와 화분이지만 실은 그냥 있는 의자, 그냥 있는 화분은 하나도 없다는 것. 그 모든 것들에 주인이 있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려 애쓰는 대신, 더욱더 내가 되어야지 하고. 자꾸자꾸 오래오래 그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나무처럼.

 

오늘 하루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빴더라? 그게 종종걸음 칠 일이었던가? 그러고 나선 또 다짐. 적어도 내가 정말 원한 적도 없는 것들 때문에 애쓰다가 계절을 놓치지는 말아야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뭐든 열심이지만, 사실 다 살고서 돌아보는 시점에선 그 '열심'이야말로 인생을 낭비한 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건 좀 이상한 말이기도, 기운 빠지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과하게 파이팅이 들어가 있어 기운을 좀 빼도 되는 사람들이니까.

 

말한다. 재능을 지켜주는 건 아주 간단하다고. 리버에게 공감해주라고, 그게 무엇이든

 

피아노를 치기 싫으면 치지 않아도 돼.

 

이건 존중에 관한 문제예요. 내 주위에는 온통 피아노를 더 열심히 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뿐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밖에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거죠.

 

그럼, 치지 않으면 되죠.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결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교육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훼손뿐

 

이 세상에 재능이 없는 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만 재능을 잃어버린 아이가 있을 뿐.

 

바다에 왔는데 옷 하나 젖는 게 뭐가 대수라고.

 

봄에는 봄답게, 여름은 여름답게, 가을은 가을답게

 

숲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알게 된다. 거기, 갑자기 단풍이 드는 나무는 하나도 없다는 걸. 시간은 그런 방식으로만 흐른다는 걸.

 

자리를 옮기는 일은 중요하다.

 

삶이란 수많은 날들로 이어져 있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새로운 하루에 도착한다.

 

기억이 부재하는 장소는, 아무리 무언가를 채워 넣는다 해도 사실 비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

 

행복의 기쁨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기쁨을 한 번 느끼는 것보다 다양하고 자잘한 즐거움을 자주 느끼는 것이 행복한 삶에는 훨씬 유리하다는 것.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가고 싶은 데는 되도록 가보며 살자

 

어디에 가고 싶은지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나를 마침내 그곳에 데려갈 사람도 결국은 나밖에 없다.

 

이왕이면 어느 계절을 지나든 보물찾기 하듯 그 속에 숨겨진 기쁨을 찾아내는 사람이고 싶다.

 

우리의 감정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형식적인 것들뿐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시고, 잊지 못할 음식을 드시고, 그날의 기온과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형성돼 있습니다.

 

일상을 지나다 나도 모르게 '아 좋다'ㄹ고 내뱉은 순간들을 기억해둔다. 그런 순간이 우연히 다시 찾아오길 기다리는 대신, 시간을 내어 먼저 그런 순간으로 간다.

 

우리가 매년 봄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면, 그건 봄이 지나간다는 사실. 그러니까 지금 봐두어야 할 꽃을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장소에 가서 지금이 아니면 마실 수 없는 술을 마시라는 것. 나중 같은 것은 생각 말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은 다음 봄이 아니라, 지금 우리와 함께 있는 이번 봄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을 하나둘 늘려가고, 반대로 나를 지치고 시들게 하는 순간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

 

여긴 왜? 아무것도 없잖아 하면, 나란히 앉아 물끄러미 지금을 바라보고 싶다. 지금이 있다고. 좋은 순간은 지금도 흐른다고.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지금을 사는 일. 더 잘 기억하기 위해, 더 잘 머무는 일. 지금의 내게는 그것이 잘 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