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독서력(사이토 다카시)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섭취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사고력을 단련하고 사람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독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축적된 독서량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장거리달리기나 행군과 비슷하다. 특별히 발이 빠를 필요가 없다. 날마다 달리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가면 대부분 장거리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운동신경이 뛰어나더라도 평소에 연습을 게을리한 사람은 소질이 부족해도 꾸준히 연습한 사람보다 뒤처지게 된다.
독서의 세계에서는 그야말로 '꾸준히 하는 것'이 힘이 된다.
학교교육의 주된 목적을 독서력 형성으로 삼아서 교과 과정으로 정해야 한다. 심지어 나는 모든 교육이 독서력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독서가 취미라고 해도 책의 질이 중요하다. '자아 형성'이란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유익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나는 바로 "자신을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즐거운 일이다.
교양이 있다는 것은 폭넓은 독서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음미하는 관용적인 태도
모순되고 복잡한 사실들을 마음속에 공존시키는 것. 독서로 기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복잡성의 공존이다. 자아가 한 덩이의 단단한 바위라면 부서지기 쉽다. 복잡성을 공존시키면서 서서히 나선 모양으로 상승해가야 한다. 그래야 강인한 자아를 기를 수 있다.
사고가 정지해 있는 모습을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딱딱하고 허약한 모습이다. 편협한 사고에서 탈피하여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부드러움. 이것이 독서로 가꿔지는 강인한 자아의 모습이다.
알고 있는 단어의 종류가 적으면 자연스럽게 사고는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사고를 지탱하는 것은 풍부한 어휘력이다.
자신을 만들자.
독서는 지성을 갈고닦고 정감을 풍부하게 하는 동시에 뛰어난 사람들을 자신의 내면에 살게 한다.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내면 깊숙이 받아들여 자신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또한 딱딱하게 굳은 협소한 생각에서 벗어나 훌륭한 사람의 가치관을 다양하게 수용해야 한다.
종류가 다른 다양한 책을 광범위하게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립된 것은 기억하기 어렵다. 기억은 관계나 연상 속에서 강화된다.
책에 등장하는 인간은 아무리 강렬하다고 해도 직접 위해를 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여유롭게 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강렬한 인물 유형이 마음속에 하나둘 생성되어가면 현실 속의 인간은 그 유형의 조합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폭넓게 인물상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받아들이는 즐거움이 있다. 세계를 극장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인간상을 음미하려면 이를 가능하게 해줄 미각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만나면 이상하거나 싫거나 고약한 사람으로 인식될 상대라도 능숙하게 묘사된 글로 만나면 그를 음미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자신과 다른 생각이라도 일단 차분히 들어두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바로 내뱉지 않고 마음속으로 음미하고 표현을 고르는 것
생후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아이라도 그림책을 읽어주면 즐거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글 읽는 소리가 리듬 있게 귀청을 울리면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라도 신나는 법이다. 아이들은 반복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책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주라. 그사이에 아이는 자연스럽게 문장을 외워버리게 된다.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스스로 기억하게 된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림책을 정성껏 골라 읽어주면 좀 더 읽어달라는 아이의 욕구가 점점 높아진다. 평소에 주고받는 말을 들을 때와는 다른 기쁨이 있다. 그림책 중에는 상당히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그림이나 얘기가 담겨 있는 책이 수없이 출간된다. 독서의 기쁨은 그림책 읽는 소리를 듣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부모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을 골라 읽어주는 것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현명한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내 경험에 비춰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은 3부작인 <<위대한 왕 길가메시>>, <<이슈타르의 복수>>, <<길가메시의 마지막 모험>>이다.
남자 아이에게 어울리는 책일지 모르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탐정단>> 시리즈는 초등학생에게 즐겁게 들려줄 수 있는 책이다.
<<돌리틀 선생님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 적합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거나 직접 종이 위에 써보면 자신의 것이 된다.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책 속에서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중요한 문장을 발견하는 일이다.
책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며 읽는 것
모르는 대목이 있어도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는다. 일단 뒷부분까지 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책을 꼼꼼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 오히려 그런 강박이 독서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된다. 많이 읽으려면 빨리 읽는 게 필수적이다.
넓게 읽다 보면 깊게 읽을 수 있게 된다. 두려워하지 말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어야 한다.
창조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사고와 상대의 사고를 혼합시켜야 한다.
질서에 가벼운 혼란을 가미하면 뇌에 자극이 된다.
독서로 수련한 사람에게는 어딘지 냉철한 지성이 향기가 감돈다. 물론 기질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독서를 하면 할수록 한결 냉정하게 자신의 주관과는 별도로 사물을 논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세를 몸에 익힐 수 있다.
책을 앞장부터 뒷장까지 샅샅이 읽어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비로소 책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