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세상 끝의 카페(존 스트레레키)
물 위에 동동 뜬 채로 가만히 지켜보니까, 바다거북은 물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파도가 바다거북 쪽으로 다가올 때 거북은 그냥 떠 있기만 했어요. 그냥 그 자리에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파닥거렸죠. 그러다가 파도가 먼바다 쪽으로 쓸려갈 때는 열심히 파닥거리는 거예요. 자기가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갈 때 파도의 힘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던 거예요.
바다거북은 결코 파도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헤엄치지 않았어요. 대신 파도를 이용했죠. 제가 바다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건, 저는 파도의 흐름과 상관없이 계속 파닥거렸기 때문이었어요. 처음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어요. 적어도 바다거북을 놓치지는 않았으니까요. 사실 바다거북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다리를 좀 천천히 휘저어야 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밀려드는 파도를 거스르면 거스를수록 더 피곤해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파도가 쓸려 나갈 때는 이 파도를 이용해서 빨리 나아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거죠.
파도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저는 점점 더 지치고 효율이 떨어졌어요. 하지만 바다거북은 파도의 흐름을 최적의 상태에서 잘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보다 훨씬 더 빨리 헤엄쳐 갈 수 있었던 거예요.
대학 졸업 후 78세까지 매일 20분을 읽으나 마나 한 이메일과 우편물을 보는 데 소비한다면 결국 나는 내 인생에서 꼬박 1년을 그 쓸데없는 광고들을 살펴보는 데 허비하는 셈이었다. 대학 졸업 후 남는 인생은 56년 정도. 그 귀중한 56년의 시간 중에서 꼬박 1년을 그런 쓸데없는 일에 허비하다니!
나는 매일매일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소중한 순간임을 깨달았습니다. 아까 메뉴판에서 잠깐 보셨던 그 질문에 대한 답, 즉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오늘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퇴직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지 않고 나중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바로 우리 눈앞에 매일 전개되는 그런 메시지에 담겨 있거든요. 광고사들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나 욕망을 목표로 하면 그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꿰뚫고 있었답니다. 두려움, 욕망을 제대로만 공략하면 특정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요.
경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우리는 매일 접하는 마케팅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흡수해버립니다. 결국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방법이 바로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있다고 믿게 되지요. 그래서 결국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마는 겁니다.
존, 저는 그냥 광고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거예요.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볼 줄 아는 눈을 갖춰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제 말을 무조건 다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요.
다른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삶이라 정의 내린 대로 산다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만족스럽게 느껴야 만족스러운 삶이 되는 거지요.
지금까지 내가 성공과 행복에 대해 내렸던 정의에는 얼마나 많은 남의 목소리가 들어 있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사람들의 말속에 숨어 있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짚어 읽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내고, 그 존재 이유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돈이란 것이 지금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지요.
우리가 무엇을 배우며 자랐건, 어떤 광고를 접하며 살았건, 그리고 일에 치여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건,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난 이걸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 주변 상황이 내 인생에 온갖 영향을 미치는 걸 내버려 두었던 겁니다. 내가 골프공을 옮겨 어디에서 치건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듯이, 내 존재 목적에 대한 관심 역시 나만 갖고 있는 거죠. 내 운명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존재가 멋대로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명이 나를 흔들어버리죠. 골프공을 옮길 수 있는 건 나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없다. 질문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이 방법이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느낌을 스스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그게 답인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