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평범한 날들을 근사하게 기록하는 법(로라 패쉬비)
나의 이야기가 공유할 가치가 있고 나의 고요한 목소리 역시 영향력이 있다.
삶의 디테일은 중요합니다.
당신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녔고 사람들에게 들려줄 준비도 돼 있어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아주 소소한 일이라도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당신만의 방식으로 말이죠.
내가 지난 10년간 스토리텔링에 전념하면서 깨달은 건 매일이 마법이라는 사실이에요. 비록 수많은 할 일 목록, 가야 할 곳, 만나야 할 사람 등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기 일쑤지만 한 줄기 빛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평범한 축복'으로 가득합니다. 늘 당연하게 여기다 잃어버릴 위기가 닥친 후에야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축복 말이죠. 이처럼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평범함과 끊임없이 추구하는 특별함 사이에는 갈등이 일어납니다. 소설가 대니 샤피로가 말한 것처럼 "특별하고 극단적이며 뭔가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느라 평범함을 놓친다면 그야말로 내 삶을 놓치고 마는" 거죠. 삶의 자질구레한 일들 가운데 마법이 숨어 있음을 깨닫기 위해 할 일은 한 번씩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뿐입니다.
나는 베개에 아른거리는 아침 햇살, 고요한 새벽을 깨우는 우유병 소리에서 마법을 발견합니다. 창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흙내음에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죠. 일상의 마법이 우리 각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별것 아닌 순간이든 중요한 순간이든 언제나 거기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우리 삶의 나날에 반짝이는 실 한 가닥이 엮여 있는 거죠.
우리가 매일 하는 선택, 즉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며 누구와 만나는지 등은 우리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포함해 우리에 관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삶은 셀 수 없이 많은 날이 얽히고설켜 구성됩니다. 평범한 날이라고 해서 간과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하루하루가 소중하죠. 작은 순간들이 모여 각자에게 고유한 패턴을 형성하고 그 결과 온전한 자아를 찾을 수 있어요. 조금만 여유를 갖고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같은 일상의 마법을 찾아볼래요?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면 평범한 것들 사이에서 특별한 뭔가를 예기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별 볼 일 없는 굴 껍데기 안에 빛나는 진주처럼 말이죠.
지금 당신이 있는 곳에는 이 순간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뭔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며 왜 당신을 사로잡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또 당신을 어떤 기분으로 만들어 주나요?
한 해, 한 주,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 특별한 의미로 남은 순간의 이야기를 선택하면 되죠. 따분한 일부터 인상깊은 일까지 우리에게 행복감을 선사하고 뭔가를 시사하거나 쉬어 가도록 해주는 모든 것들이 소소한 이야깃거리예요. 여기서 핵심은 우리의 나날을 기록하는 겁니다. 우리 집과 일상,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만의 관점까지, 소소한 이야기의 핵심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마법을 발견하는 겁니다.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지만 자칫 간과하기 쉬운 디테일 말이죠. 소소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게 아녜요.
에세이 <일기를 쓰는 것에 관해One Keeping a Notebook>에서 조앤 디디온은 "나다운 게 어떤 건지 기억하기 위해 일기를 썼다. 언제나 그게 핵심"이라고 적었죠. 나는 이 문구를 적어 책상 위에 꽂아 두었어요 나다운 게 어떤 건지 기억하라. 이 문구는 타고난 기록자인 내가 항상 일기를 쓰고 사진을 모으며 이야기를 끄적이는 이유를 대변해 주었어요. 지금 이 순간 나의 기분은 어떤지, 나는 누구인지, 나답다는 건 무슨 뜻인지 기록하는 거죠. 우리가 기억, 정보, 생각, 관찰한 내용 등을 적어 내려가는 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아를 연결해 내가 누구인지 기록하기 위해서예요. 과거의 자아를 노트 사이사이에 말린 꽃잎을 찾는 것처럼 다시 찾아보며 과거엔 어땠는지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죠.
우리가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건 지금 누구이고 과거에는 누구였으며 또 누가 되고 싶은지 기억하기 위해서예요. 특정 순간에 우리를 스쳐가는 감정, 인상과 감각적 경험을 포착해 그 순간 우리가 누구였는지 떠올릴 수 있기를 원하는 거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창의성을 탐구하는 여정에 몸담고 있어요.
창의성을 키우는 건 삶의 방식입니다. 창의적 자기표현이란 예술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상상력으로 맞이하며 열린 마음으로 반응하는 것 또한 창의적 라이프 스타일인 것이죠.
앙리 마티스가 말한 것처럼 창의성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 자신을 영감에 내맡길 용기, 엉망진창이 될 용기, 실수할 용기, 놀고 배우며 내면을 들여다볼 용기, 어둠과 빛을 모두 바라볼 용기. 용기를 내는 게 엄두가 안 날 수 있지만 나는 관심을 기울이는 방법으로 한번 시작해 보자고 (다시 한 번) 제안하고 싶어요. 당신을 둘러싼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당신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이 당신의 흥미를 일으키는지 알아보세요. 특히 매력을 느끼는 사물이나 소리, 연구해 보고 싶은 주제, 답을 찾고 싶은 질문이나 배워 보고 싶은 기술이 있나요? 작은 흥미라도 그 실마리를 쫓아가 흠뻑 빠져들어 보세요.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더 귀 기울이는 겁니다.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는 "우리의 삶은 평범함과 비범함을 동시에 갖는다."고 여겼죠. 옷을 입고,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며 빗길에 집으로 돌아오는 등 매일 반복되는 일과와 처리할 허드렛일이 있는 각자의 삶은 그야말로 평범하지만 놀라울 만큼 특별하기도 하다는 거예요. 우리 인간은 모두 특별한 존재이고 우리 삶의 디테일도 기록해 둬야 할 만큼 중요합니다.
흥미롭거나 뜻깊은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는 의미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경이로움에 눈뜰 수 있으려면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일 혹은 뜻밖의 발견을 즐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세렌디피티는 계획이 불가능한 만큼 실제로 일어났을 땐 마치 우주가 준 선물처럼 느껴져요.
삶은 엉망진창이고 불완전하며 우리는 그런 특성을 받아들여야 하죠. (신체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엉망진창이라고 해도 부끄러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삶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요. 이렇게 엉망인 것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고 나아가 인간 본질의 일부를 구성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아무리 엉망진창인 난장판도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당신의 카메라 역시 오롯이 당신 것이니만큼 얼마든지 실험해도 좋아요. 당신의 발, 자전거, 창밖 풍경, 꽃이나 도로 표지판 등의 사진으로 채우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되죠.
스토리텔러인 우리는 복잡하고 허술하지만 진실한 아름다움을 알아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스토리는 우리의 삶을 반영해요. 삶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당신의 일기 역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세요. 어떤 판단도 하지 말고 자유롭게 쓰고 아무런 제약 없이 창작하세요. 만약 당신의 노트가 내 노트와 비슷하다면 멋대로 날려서 쓴 기록도 있고 선을 쭉쭉 긋거나 잉크가 번진 자국, 심지어 눈물 자국도 있을 겁니다.
일단 당신만의 노트에라도 아름답고 복잡한 난장판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해보세요. 엉망진창인 그 지점이야말로 당신의 일부이자 고유한 목소리의 원천, 그리고 당신의 소소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니까요.
진실한 리얼리즘
가족의 삶을 예술로 탈바꿈시키는 놀라운 능력
소소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일수록 당신이 누구인지 보여 주는 그림은 더 크게 그려질 거예요. 수많은 날이 모두 이어져 삶을 이루듯 소소한 이야기가 수없이 모여 인생 이야기를 만듭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바로 당신이 있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기 때문이에요. 목소리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당신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에 흡입력만 있다면 사람들은 몸을 기울여서라도 들으려고 애쓸 겁니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노라 에프론은 "무엇보다 당신 삶의 희생자가 아닌 주인공이 되어라."고 말했어요.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더 크고 포괄적인 '인생 이야기'로 봤을 때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삶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배우고 또 자신을 탐험하는 과정입니다.
한데 모아 둔 나의 이야기는 미래의 내가 꺼내서 읽고 또 살아갈 수 있도록 현재의 내가 준비하는 메시지이자 선물이 됩니다. 이야기의 조각들을 하나씩 수집해 나갈수록 테마와 패턴이 드러나기 시작할 거예요.
우리 각자에게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가 바로 소소한 이야기예요. 소소한 이야기가 바로 우리고요. 이야기는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삶의 구조가 예기치 않게 바뀌는 경험을 하고 나면 소소한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한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상의 디테일이야말로 지금 내가 가장 되찾고 싶은 소중한 보물이에요. 할머니가 외출하기 전 화장품으로 볼터치를 하시던 모습, 십 대 시절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불렀던 노래, 내 아기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 6월 저녁 우리 집 벽을 뒤덮은 하얀 장미꽃 향기, 태국 길거리에서 판매하던 구운 바나나의 달콤한 맛, 혹은 부모님의 지하 저장고 위 뚜껑을 가르는 오빠의 스케이트보드 바퀴 소리까지요.
소소한 이야기 중에는 공유하고 만천하에 공개하며 심지어 지붕에서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몰래 접어 작은 목걸이에 끼운 뒤조심스럽게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상기해야 할 때 언제든지 꺼내 펼쳐볼 수 있도록 말이죠. 우리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순간, 사소하고도 평범한 나날 등 소소한 이야기들 속의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인 하피즈가 말한 '당신의 존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놀라운 빛'이 당신을 비출 수 있길 나는 바랍니다. 소소한 이야기는 당신이 누구인지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아름답고 평범한 나날이 삶의 나날이에요.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바로 지금'뿐입니다. 휴대폰 액정 화면만 들여다보며 삶의 순간들을 지나칠지 아니면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 눈앞의 경이로운 스토리를 포착할지는 당신의 선택이에요.
삶은 진짜예요. 그래서 집중해야 하죠. 우리 각자에게는 '이야기'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