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필사]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이충녕)

아름다운 존재 2022. 12. 26. 14:26

p.6

우리는 같은 곳에 있더라도 품고 있는 생각에 따라 저마다 다른 것을 느낀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생각의 차이는 이 사람의 세계와 저 사람의 세계를 가른다.

 

p.40

죽음의 충동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인정하고 다른 에너지들과 평형을 유지할 방안을 고민하는 것

 

p.41

우리는 자신이 온갖 부정성을 품은 존재임을 인정하고 이 사실을 부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p.42

아무리 긍정적인 방향의 에너지라고 해도, 한 방향으로만 향하는 에너지는 모든 것을 휩쓸어갈 뿐이다. 그것에 반하는 방향의 에너지는 아무리 그것이 사소해 보일지라도, 심지어 아무리 그것이 사악해 보일지라도 평형이라는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행복을 흘러넘치는 긍정성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시각이다. 정신의 행복은 긍정성이라는 물을 안정적으로 담고 있는 부정성의 견고한 그릇을 전제로 한다.

 

p.47

어쩌면 어느 여행지를 선택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분과 자세로 여행을 하느냐일 수도 있다.

 

p.51

오히려 자유의 제한은 시대와 무관하게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p.52

인간의 진정한 자유는 이성의 힘으로 세운 규칙에 스스로 따르는 것

 

p.57

자신의 욕망과 상충되더라도 이성의 명령대로 규칙을 따를 수 있어야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

 

p.65

나는 분명 내 성격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선택할 자유를 갖고 있다.

 

p.74

나는 내 욕망과 지식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 아래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한다.

 

p.107

삶은 사건들을 나름의 의미를 가진 하나의 이야기로 조직하고 표현해나가는 과정이다.

 

p.116

경험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감수성

 

p.117

또렷한 의식을 갖고 경험을 조직하는 능동성

 

p.119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통합적인 경험을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인간은 건강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소소함 속에서 보낸다. 이 시간이 무력하고 무의미하다면 삶의 대부분을 상실하는 것이다.

 

p.119

일상 자체를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해내는

 

p.120

일상적인 소재 안에서도 훌륭한 서사와 문장을 이끌어 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p.131

모든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의미는 객관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 어디에도 의미라는 것이 실체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의미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삶의 과정을 통해 점차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의미는 해석을 통해 생겨난다. 어떤 사건을 겪거나, 인간관계 안에 놓여 있거나, 무언가 소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생겨나지 않는다. 의미는 우리가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에서 그런 삶의 요소들을 해석해낼 때 생겨난다.

어떤 사태를 해석할 때, 그것을 하나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바라볼 것이냐, 혹은 전체 에픽을 이루는 하나의 부분으로 간주할 것이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생겨난다.

 

p.133

만약 우리가 하나의 사태를 조금 더 긴 호흡과 넓은 시야에서 삶이라는 전체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면, 무한한 해석학적 순환의 가능성에 그 사태를 노출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짧은 사건이라고 해도, 아무리 단순한 사태라고 해도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이 주어진다.

 

p.134

한 사건에 대한 해석은 그 사건의 범위를 뛰어넘는 내 삶의 다른 부분들과의 관계를 통해 얼마든지 증폭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고양된 한 사건의 의미가 내 삶 전체의 의미를 뒤바꾸는 힘을 갖게 될 때도 있다.

 

p.134

한 사태를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해석해내는 능력

 

p.135

이렇게 지엽적인 현재의 상태에 빠져 해석이 극도로 제한되는 경우에는 일부러라도 그 에피소드의 늪에서 빠져나와 더 넓은 해석학적 순환을 작동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조금 더 넓은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현재의 사태를 바라보면 지엽적인 감정이나 짤막한 생각에 묶여 있을 때보다 더 다양한 각도로 더 풍부한 의미가 드러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

 

p.137

절대적으로 종결된 해석이란 없으며 의미는 순환적으로 이뤄지는 해석의 과정 속에서 끝없이 새롭게 생겨난다.

 

p.138

만약 우리가 삶을 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면 개별 사건과 전체 삶 사이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형성할 필요가 있다.

 

p.139

각 경험이 따로따로 흩어지도록 놔두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 안에서 서로 연결되도록 만든다면, 또한 그렇게 생긴 연결점들을 바탕으로 부분과 전체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질문과 대답을 촉발하는 해석학적 순환을 작동시킬 수 있다면, 삶의 개별 사건들과 삶 전체의 의미는 무한히 교차하면서 상승할 수 있다.

 

p.142

논리적인 언어는 대상을 틀에 맞춰 표현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틀에 맞지 않는 많은 부분이 (사실 대부분이) 배제된다. 대상의 팔과 다리가 틀에 맞지 않으면 사지를 자르거나 뒤틀어 틀 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래서 논리적인 설명을 듣고 나면 대상이 마치 틀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깔끔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인상은 언제나 일종의 환상이다. 우리는 대상을 뒤틀어 논리적 틀에 가두고, 그렇게 틀에 맞게 재단된 것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해 지식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대상의 전체를 나타내준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나타나는 것은 논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논리의 틀로 파악되지 않는 나머지 것들은 어둠 속에 남는다. 이는 거대한 환상의 창출이다.

 

p.154

나의 육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고 그 존재는 주변의 여러 가능성에 노출된 채로 그저 그렇게 있을 뿐이라는 느낌

 

p.170

지식의 결말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탐구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p.171

독단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지식을 발전시키려면 자신의 지식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p.175

우리 지성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더 다양한 견해에 열린 자세를 갖는 게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죽음은 미지의 영역이며, 수많은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다. 여러 가능성 중 무엇을 우선으로 여길지는 선택할 수 있겠지만, 단 하나의 가능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독단에 가까워지는 일일 것이다.

 

p.183

사랑은 우리가 다양한 상황 속에서 변화무쌍하게 행하는 것이다.

 

p.193

외로움은 외로울 만한 환경에 처한 사람만 느끼는 게 아니다. 모든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외로움이 있다.

 

p.195

건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랑 안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 안에서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건강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돌봄, 책임, 존중을 포함한다. 건강한 사랑을 하는 성숙한 인간은 사랑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기를 우선적으로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통해 상대방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상대가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도와주려 한다.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성장해나가는 존재다. 성숙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 속에서 큰 의미와 기쁨을 발견한다. 그는 자신의 자의식을 지워버리고 상대방에 집착함으로써 외로움을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상대방의 성장을 돕는 과정 속에서 누군가를 돌보고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하고 독립적인 인간인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상대방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의 길을 걸어간다는 연결의 느낌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한다.

 

p.200

온 인생을 통해 노력해야 진정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p.202

널찍한 문은 멸망으로 이르는 길이니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p.213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온 생을 바쳐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

 

p.233

'너'는 부분에 앞서서 전체로서 존재한다.

 

p.233

'너'와 나의 관계는 오직 우리 둘 사이에서만 생겨난다.

 

p.234

물론 '너'가 없어도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존재하겠지만, '너'와의 관계 속에 있는 나는 '너' 없이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p.236

내가 그 음악에 사랑을 보내면 그 음악은 나에게 사랑을 되돌려준다.

 

p.236

우리는 우리가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예술작품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하며, 우리는 우리가 아이들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아이들에 의해 키워지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예술작품이나 아이들을 순수하게 객관적인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우리가 예술작품을 만들고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들은 '너'로서 우리의 맞은편에 서서 말을 걸어오고 영향을 되돌려준다.

 

p.238

대화의 상대고 나의 부름에 응답하는 존재

 

p.248

진정으로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마음이다.

 

p.267

비트겐슈타인은 애초에 말의 진정한 의미와 올바른 사용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어란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면서 무수히 많은 새로운 의미들이 덧붙여지고 기존의 의미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개념은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다른 개념과의 경계가 흐릿해질 수도 있고, 새로운 의미가 낡은 의미보다 더 강력해질 수도 있다. 마치 오래된 도시의 모습처럼 말이다.

 

p.335

내가 생각의 활동을 지속하는 한 나의 존재는 결코 부정될 수 없다.

 

p.338

세계라는 판 자체를 의심해볼 용기와 정신적 민첩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p.355

사람의 정신은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다.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은 강물처럼 보여도, 그 물은 예전의 그 물이 아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의 강물이 있을 뿐이다. 지금이 지나면 그 강에는 또다시 새로운 강물이 흐르게 된다.

 

p.355

물질적인 나의 존재와 정신적인 나의 존재 중 어떤 부분을 들여다봐도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부분은 없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정체성으로서의 '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p.355

우리의 집착이 그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

 

p.357

'나'는 틀림없이 변한다. 그것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쉽게, 더 빨리. 당장 이 순간에도 나의 육체와 정신은 미세한 변화를 겪고 있다.

 

p.387

나는 내가 보는 것들로 이뤄진 존재이고, 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이루는 장이다. 그리고 나의 몸과 역사적 상황은 나의 존재에 있어서 제약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 몸과 이 상황 속에 있음으로써, 그것들을 통해,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을 통해 내가 이뤄진다.

메를로퐁티는 여기서 우리의 존재가 고차원의 추상적 사고를 통해 우선 구성되는 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 세상을 감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상적 경험을 통해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p.439

인생의 가치와 행보를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p.439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의지와 힘을 펼치며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p.478

지적 겸손 속에서 자유로운 정신으로 살아가는 삶의 자세

 

p.478

정답은 그리 단순히 얻어지는 게 아니라 기나긴 지적 여정을 통해 차차 모습을 갖춰나간다.

 

p.516

삶의 가치를 고민할 때, 순수하게 나 혼자만의 논리적 추론으로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견해를 조사하고 종합해보려 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p.535

시간은 오로지 자신에게 고유한 것

 

p.535

오로지 나에게 부여된 본래적이고 유한하고 유의미한 시간의 이해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

 

p.595

만약 미시적인 욕망의 에너지를 아주 일부라도 거시적인 흐름에 대한 생각으로 옮겨 투자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개인적인 열정의 단 5퍼센트만이라도 시대정신을 파악하는 데 투자한다면 어떨까? 아마 많은 변화를 좀 더 미리 알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p.615

그에게 삶은 무언가 꼭 '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p.619

다양한 사고의 가능성

 

p.619

어떤 사상도 완전하지 않다. 모든 사상은 장단점을 가지며,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각 사상이 가진 문제점을 비판하고 배울 점은 수용하면서 나름의 시각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하나의 사상만이 옳다고 여기기보다는 여러 사상을 넘나 들며 유연하고 자유롭게 사고하도록 이끄는 것

 

p.621

카이로스를 출현시키는 힘은 우리의 주의력과 관심이다. 양적인 시간은 끊임없이 미래로부터 흘러와 과거로 흘러가고, 일상의 수많은 순간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은 채 지나가버린다. 그 시간을 기회의 순간으로, 결단의 순간으로, 의미를 가진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다.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 시간을 응시하고, 말을 걸고, 손짓하면 시간은 우리에게 의미를 되돌려줄 것이다. 시간을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닌 무언가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인식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