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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아름다운 존재 2022. 4. 8. 16:51
p.29
아무것도 어머니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모든 것은 어머니의 책임이었고,
온몸과 마음으로 앓고 있는 어머니의 곁에는
위로해 줄 가족이 없었다.
 
p.69
내 잘못이, 아니다.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더, 많다.
 
p.109
남자 친구의 말처럼 
덜 힘들고, 덜 속상하고, 덜 지치면서,
어머니의 말처럼
막 나대면서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p.123
김지영 씨는 미로 한가운데 선 기분이었다.
성실하고 차분하게 출구를 찾고 있는데
애초부터 출구가 없었다고 한다.
망연히 주저앉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고,
안 되면 벽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한다.
사업가의 목표는 결국 돈을 버는 것이고,
최소 투자로 최대 이익을 내겠다는 대표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과 합리만을 내세우는 게 과연 공정한 걸까.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는 결국 무엇이 남을까. 
남은 이들은 행복할까.
 
p.127
별 뜻 없었던 행동들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p.130
김지영 씨는 결혼식이나 혼인신고 같은 절차가 마음가짐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인신고를 하면 마음이 달라진다는 정대현 씨가 책임감 있는 걸까,
혼인신고를 하든 안 하든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자신이 한결같은 걸까.
김지영 씨는 남편이 듬직하면서도 동시에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p.132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김지영 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정대현 씨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p.165
김지영 씨는 한 번씩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죽은 사람이기도 했는데,
모두 김지영 씨 주변의 여자였다.
아무리 봐도 장난을 치거나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 감쪽같이, 완벽하게, 그 사람이 되었다.
 
p.170
나는 내 진단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