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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손웅정)

아름다운 존재 2023. 7. 4. 17:49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건강과 신념뿐

 

평소 실력과 기본기가 중요하다. 기본기가 좋은 사람은 평균 기량으로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운동경기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한계치를 알아야 최선의 것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그 최고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조급할 게 전혀 없다.

 

항상 우리 욕심 버리고 마음 비우고 살자

 

멀리 보고, 넘어진 김에 쉬어 가는 거야.

 

잡다한 것들로 채워지는 순간 선택할 것이 많아져 우왕좌왕 시간과 열정을 허투루 쓸 확률도 높아진다.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 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가 무엇을 소유한다'라고.

하지만 그 소유물에 쏟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도리어 뭔가를 자꾸 잃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 데 있다.

 

감사한 마음. 그래서 조심스러운 마음.

운칠기삼, 모든 것은 운이 좋아 이루어진 일이기에

삶 앞에서 겸손한 마음. 초심을 지키는 마음.

이 마음들이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최고의 날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앞으로 다가올 날'이라고 답하고 싶다.

항상 낮은 자세로, 항상 발전하는

그런 날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다. 절망과 방황은 내 성정에 맞지 않았다. 다 쓸데없는 일이다. 그래, 살 궁리를 하자.

 

지금도 나는 어느 숙소에 묵거나 호텔에 가도 내가 머무는 곳 청소는 하루에 한 번씩 내 손으로 직접 한다. 까탈스러울 정도로 깔끔떠는 건 청소뿐만이 아니다. 내 삶이나 생활이나 관계, 모든 것이 지저분하고 복잡한 걸 싫어한다. 삶은 담박할수록 좋다.

 

자식을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나이가 들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삶은 의외로 단순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그렇게 일용직으로, 막노동판에서 일하며 살아도 남에게 꿀릴 게 하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자존감은 꽤 높았나 보다. 말 많고 관심 많은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외쳤다.

"나는 내 삶을 살아야 해. 당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뭐라고 떠들든 난 상관없어. 나에게는 아이들이 있어. 프로선수? 그건 다 옛날얘기야. 지금 내 상황은 이거고, 막노동판에서라도 벌어서 살아야 하는 게 지금의 나야."

 

가장이라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첫째 의무다. 비록 내 뼈가 부스러지더라도, 당장의 내 삶과 내 생활은 없더라도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

 

궁핍했지만 아이들만큼은 가난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고, 돈을 많이 버는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시간만큼은 원없이 함께 보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어떠한 계산도 편견도 없이 바라보는 두 아이의 눈이 무서워 언제 어디서든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자 했다. 우리 아이들은 알 것이다. 공 차는 것,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 운동장에서 뛰는 것, 사색하는 것, 책 읽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이 다섯 가지 뿐이라는 것을.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될지 모르니.'

서산대사의 설야 글귀를 가슴팍에 새기며 살고 있다.

짧지만 너무도 큰 말이라 매일 곱씹어야 나쁜 머리로 겨우 잊지 않고 살 수 있다. 교육자에게 이보다 올바른 지침이 되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부모든 선생이든 코치든 감독이든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들은 이 문구를 가슴에 새겨 넣어야 한다. 여기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말 하나 지키며 사는 것도 버거워 오늘도 허덕이는 게 아버지로서의 나다. 그게 현실이다.

 

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은

죽음에 다가가는 일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삶이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해질 수밖에 없지요.

분수에 맞게 살면

우리 인생에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치 않습니다.

지금도 저는 아이들과 운동장에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조용한 시간에 홀로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담박한 삶, 단순한 삶, 자유로운 삶.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입니다.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성실하게 내 삶과 가정을 지키고 가꾸려고 애썼다. 아니 애쓸 필요도 없었다. 운동, 청소, 책임져야 할 일, 약속한 일을 제때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고약한 성격이 때로는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포장해주었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항상 개인 운동을 하고 집 안 청소를 했다. 막노동판에 나갈 때는 새벽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3시 반에 일어나야 했다. 개인 운동과 주변 청소의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있긴 해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계속되는 하루 필수 일과이다. 청소와 운동만큼 삶의 기본이 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운동과 청소 외에 꾸준히 해온 또 하나의 일이 바로 책 읽기다. 짬이 나면 항상 책을 펼쳐 들었다. 무식하고 배운 게 없어 그런 것이겠지만, 나는 읽고 배우고 내 안에 쌓아야 직성이 풀렸다. 지금도 공중화장실에 가서 소변기 앞에 좋은 글이 적혀 있으면 나는 그냥 나오지 못한다. 여기 좋은 글이 있으니 다른 곳에도 좋은 글이 있을 텐데, 하고 두리번거리며 찾아본다. 빈 소변기마다 적힌 좋은 글을 다 읽고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읽고 배울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

책에는 수많은 해답이 들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 자잘한 하루 일이 정리되고 내가 궁금해한 세상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복잡한 마음을 청소하듯 정리해주고 뒤엉켜 꼬인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 해결해주었다. 책을 읽으며 세상과 소통했고 책 속에서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마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적이고 규칙적인 일은 어려운 시기를 버틸 힘을 준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가난과 고통도 배가된다.

 

나는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좋은 지도자란 무엇일까?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은 '가치가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평범한 노래 수백 곡이 버려진 뒤에야 훌륭한 노래 한 곡이 나온다는 것, 그만큼 긴 시간과 큰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차피 필요도 없는 돈이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쉬움은 찾아들지 않는다. 그때 당시 나는 돈보다 내 자유, 내 시간, 내 선택이 중요했다. 나는 내가 들어갈 고등학교를 내가 선택하고 싶었다.

 

관계란 서로 떳떳하고 깨끗한 게 좋다. 불필요한 것들이 오가며 관계 속에 챙기고 갚아야 할 군더더기를 만들 필요가 없다.

 

어려서부터 몸에 나쁜 건 먹지도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축구를 위해 내 몸을 최적화하는 것이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뿐이었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어렸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무조건 따르진 않았다. 배운 것과 다르거나 의문점이 생기면 물었고, 불합리해 보인다 싶으면 따져 물었다. 당돌했지만, 그래야 살아낼 수 있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선택,

그런 건 내 삶에는 자리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이 진짜 좋은 것이다.

 

어렵게 시작한 축구였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였고, 나를 구원해줄 축구였다. 삶의 중요한 결정들 앞에서 어린 나는 홀로 맞서야 했지만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정신력 하나는 더 단단해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꼴통 기질이 다분한 나였지만, 내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제대로 세워놓아야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한들한들 가을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갈대가 되고 싶진 않았다.

 

중고등학생 시절, 혼자 새벽에 일어나 훈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서 몸은 일으켰는데 너무나 졸려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 네 인생에서 다시는 안 와."

그러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고 하지요.

강물은 쉼 없이 흘러갑니다.

지금 이 시간도 한번 흘러가면 

두 번 다시 내 인생에서 찾아오지 않을 시간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벌떡 일어나졌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이란, 문틈 사이로 흰 말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다."

인생여백구과극 <장자> 지북유편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생이 이처럼 덧없고 짧다. 마음속에 새기며 나 자신이, 혹은 누군가가 삶에 나태해지고 권태로움에 빠져 있을 때 꺼내어 다시 읊고 음미해보는 말이다.

 

생활은 어려워졌지만 그 힘든 상황에서도 내겐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생활 리듬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좋을 때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지나가지만, 상황이 나쁠 때는 정신을 못 차리고 방황하기 일쑤다. 이 방황이 길어지면 자신을 아예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리 냉정하고 강인한 사람일지라도 느닷없이 닥치는 삶의 파도 앞에 휘청이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기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

 

생활이 불규칙해지면 생각도 흐트러진다. 아무리 백수 빈털터리여도 늘 할 일은 있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항상 쌓여 있다.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속담에 '아침 시간이 황금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있다. 나는 중요한 일은 가능하면 오전에 다 처리한다. 일이 쌓여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면 갈피를 잃고 말기에, 내가 처한 복잡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운동'을 지금도 새벽 시간에 하는 건 그 이유 때문이다. 오후나 저녁 시간은 예상치 못한 약속이 생길 수도 있고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벽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나만이 깨어 있고 나만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만 파악할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이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이득은 실로 막대하다. 그만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이게 나만의 별난 생각은 아닌 듯하다. 간소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삶을 허비하지 않음으로써 거기서 새끼 쳐 나오는 여유를 누리는 것. 요즘 흔히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힘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보다 우선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축구를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 고된 훈련을 통해서만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서도 안 되고 첫술에 배부를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우리가 걷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갓난아이 때는 네 발로 기어 다녔다. 그다음에 두 발로 섰고, 일어서는 일도 단번에 되지 않았다.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그러다 가까스로 첫걸음마를 뗐다. 수학을 공부하는데 미적분을 하려면 곱셈 나눗셈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아이가 태어나 걷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은 넘어지고 엎어져야 한다. 축구라고 다르겠는가? 세상 이치가 그러한데 사람들은 너무 성급하게 결과만을 바라본다. 승리와 영광만을 소망한다. 제대로 싸워서 이기려면 수도 없이 패배하고 좌절해봐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좌절은 앞날이 보장된 좌절이자, 실패가 아닌 경험이다. 이 과정을 겪어야 사람은 성장한다.

 

능력은 없지만 좋은 지도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했고 연구했다.

오직 축구만 생각했다.

 

지금 져도, 괜찮습니다. 미래를 봐야 합니다.

오늘 이겼다 해도 미래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속에서 미리 걱정만 하고 전전긍긍하는 삶은 온전한 삶이 아니다.

"네 삶을 살아라. 주도적인 네 삶을 살아라."

남들만큼 돈을 벌지 못할지언정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주도적으로 내 삶의 방향을 세우고, 돈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시간도 벌면서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돈에 내 인생을 다 빼앗기지 말고 진짜 내 인생을 누릴 시간도 벌어야 한다.

그 시간에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차기이면 그 시간에 공을 차면 된다.

 

일찍부터 승패에 노출된 아이의 경우 승부욕은 강해질지 몰라도 '생각하는 축구', '즐기는 축구'를 하기는 어렵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을 하려다가 몸이 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축구선수로 힘들게 고생한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말리고 싶지 않았냐고요? 아니요. 본인이 선택한 길, 본인이 행복하면 됐지요. 축구선수로 재능이 보여 아이를 그 길로 가게 했느냐고요? 아니요. 축구가 좋다니 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축구를 원하니까. 힘들다 해도 매 순간 재미있게, 그렇게 사는 게 진짜 인생이니까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던져라.

가르쳐주는 대로만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나에게 축구는 곧 나의 인생이다.

축구로 인해 많은 연구를 해야 했고 생각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행복했다.

 

흥민이의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7년의 시간이 걸렸다. 365일 쉬지 않았다. 방학 때 친척집에 놀러 가는 일도 없었다. 하루를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가족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처럼,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가치는 '겸손'과 '성실'이다.

나는 농부의 마음이다. 365일 파종한다.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열매를 거두기 어렵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아무리 빨리 예쁘게 틔운 싹이 보고 싶다 해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무를 벨 시간이 여섯 시간 주어진다면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겠다는 링컨의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기에 오랜 시간 매달리는 사람을 보며 미련하다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기본기야말로 그 어떤 방법보다 높은 효율성을 지녔다. 더 빨리해보겠다고 무딘 도끼로 백날 나무를 베어봐야 힘만 빠지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나는 태생이 야인이었고 비주류였다. 또라이, 이단아 취급은 늘상이었지만 애초에 내 관심 밖의 일이다. 누구 도움을 받으려 한 적도 없고 누가 괜한 친절을 베풀며 곁을 주는 것도 달갑지 않다.

 

기회라는 건 아주 조용히 옵니다. 

그리고 기회는 악착같이 내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미래가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책을 읽으며 예의주시하며 관찰해야 합니다.

저는 아는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기에 책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통찰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창의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죽어라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했을 때, 의외의 기회, 꼼수가 아닌 내가 노력한만큼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나는 부족한 아비일지언정 최소한 아이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책 읽는 모습,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보여왔다고 자부한다.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위안을 얻는다.

 

가정은 최초의 학교고 최고의 학교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에 앞서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보고 배운다.

 

어린 시절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책임감을 기본으로 착장하고 성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운동장에서도 인문학은 필요하다. 이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쫓기는 산양의 무리가 될 것인가, 쫓는 사냥꾼이 될 것인가. 나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이왕이면 쫓는 사냥꾼으로 살라고 말해준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살라는, 누군가에게 좌지우지되며 조종당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안주하고 있으면 언제나 쫓아오는 상대에게 쫓기는 삶을 살고 만다.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휘둘리는 삶을 살고 만다.

 

아이들은 높은 하늘에 떠 있는 새처럼 세상을 조감할 수 없다. 막막하고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책과 선인의 말씀을 늘 곁에 둔다면 그 안에서 조금의 답은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부모가 그 역할을 해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과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이런' 조건들을 갖추어주고 '어떤' 과정을 겪으면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 궁핍하지 않고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어느 정도 답을 정해놓고 살고 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주류가 되는 방법이라고, 그것이 중산층이 되는 방법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방법론 안에서 진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이 몇 가지 정형화된 길 안에 과연 내 자식의 행복도 있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가만히 이 세상을 한번 보라. 이 세상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사기의 극치, 유혹의 극치, 배신의 극치, 가짜의 극치. 제아무리 부와 권력을 다 가졌다 해도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다면 그것이 행복일까.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오르는 것, 뛰어난 기록을 내는 선수가 되는 것, 온 국민이 알 정도로 이름을 날리는 것,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좋은 부분을 접어 내 아이들에게 읽게 했던 것은 결국 인성을 위한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축구에 미쳐 있는 놈이라 해도 내가 축구라는 매개로 의도하는 모든 행위는 딱 한 마디로 줄이면 결국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솜씨를 알려면 상차림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설거지를 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분야든, 어떤 일을 하든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바르고 곧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균형 잡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올바른 태도를 지닐 수 있을지 책을 통해 잡아주고 싶었다. 나 역시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고, 내 아이들과도, 내가 만나고 접하는 모든 사람들과도 책의 이 놀라운 효용을 나누고 싶었다.

부모라면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나는 내 아이가 축구선수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생각한다.

행복이란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성공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부모의 짧은 생각으로 정한 길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이 질문을 염두에 두면 인생의 많은 선택지 앞에서 조금은 수월하게 길을 택할 수 있다.

아들들에게 말한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뭔지만 생각해봐. 그것이 뭔지 알면 결정은 바로 내릴 수 있다. 네가 원하는 걸로 결정을 해라. 사람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 네가 보기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이거라고 생각됐다면 망설이지 말고 곧장 그것을 해라."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자기 스스로에게 문제를 던지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때 봤던 명경기, 명장면은 내게 큰 자양분이 됐다. 좋은 경기를 죽어라 보며 거기서 훈련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지금 저 상황에서 저 선수처럼 저런 움직임을 완성하려면 어떤 기본 프로그램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진짜 기술로 만들 수 있을까?

 

전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탄탄하게 갖춰져야 한다.

 

수정하고 반복했다. 될 때까지 했다.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훈련법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웬만한 빅매치는 다 찾아보며 반복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내가 생각해도 미쳐 있었다. 불광불급,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그 큰 말에 내가 다다를 순 없었겠지만 어느 정도 미쳐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 중요한 기술을 찾아내 어떻게 하면 그 기술에 도달할 수 있을지 미친놈처럼 그 하우투How-to를 연구했다.

'저 기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시절 내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축구선수의 몸은 예민하다. 강도 높은 훈련만이 능사는 아니다. 무게와 횟수가 중요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감사하게도 나에겐 내 몸이 있었다. 나는 어떤 방식, 어떤 중량으로 몇 회씩 몇 세트를 하면 어느 위치의 근육이 발달하는지 나 자신에게 임상실험을 했다. 부족한 점은 책을 통해 보완했다.

그다음은 슈팅 연습. 선수 생활을 하면서 '왜 강하게만 때려야 하나?'에 대해 고민했고 그 답을 흥민이를 통해 찾고 싶었다. 흥민이에게 늘 말했다.

"골키퍼가 가제트팔이 아니고서야 잡을 수 없는 각도 볼을 때리면 된다."

그렇게 감아 때리는 훈련을 수년간 지속했다. 볼의 위치에 따른 디딤발 위치, 발이 닿아야 하는 볼의 정확한 지점 등을 짚어가며 반복 훈련했다. 나는 공이 휘는 각도를 찾아가며 연구했고 흥민이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발과 볼을 붙잡고 설명했다. 3년쯤 지났을까, 우리는 함께 감을 잡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어떻게 하면 축구를 조금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실전에 활용 가능한 교육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내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숱한 시간 반복하며 조금씩 완성해나간 내 프로그램은 조금 독특하다. '왜 저게 축구를 위한 훈련이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방식들도 많다. 그리고 단순한 게 특징이다. 계단에서 하는 훈련도 다리를 모아 점프해 뛰며 하체 근력을 강화시키는데, 너무 많이 하는 것보다는 높이를 달리 해서 몇 세트씩 심플하게 하고 끝낸다. 멋 부리고 꾸미는 건 내 성질에 절대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프로그램에 멋을 입히는 이들도 종종 보는데 나는 과감하게 뺄 건 다 빼고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단순하게 만든다. 내 프로그램은 멋도 없고 음식으로 치면 맛없는 음식이겠지만, 딱딱한 음식을 오래 씹어 음미하고 잘 소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심플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함께.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는 게 나의 훈련 철칙이다. 아이들에게만 시키고 팔짱 끼고 서 있지 않는다. 같이 뛴다. 웨이트를 할 때도 시범을 보이며 먼저 하고, 슈팅과 기술 훈련을 할 때도 반대쪽에서 볼을 차고 던지고, 뛰고 주웠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 그것이 내 철칙이었다. 그 고된 훈련을 혼자 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흥민이는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옆에서 똑같이 훈련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훈련할 때 나는 매섭고 혹독하게 몰아쳤다. 하지만 다행히 흥윤이, 흥민이, 아카데미 아이들은 알아주었던 것 같다. '우리 감독이 나를 엄하게 혼내도 무슨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발전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다. 정말 축구에 대한 사랑이 있다.' 아이들은 그것을 스스로 깨우치고 부족한 나를 품어주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아이들이 한 단계를 완성하고 다음 단계로 올라갔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 순간의 보람과 희열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그것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것들이다. 그 단순한 것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집중할 줄 아는 방법을 배울 때,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복잡한 문제에도 차근차근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삶은 결코 많은 게 필요치 않습니다.

단순하고 담박하게 사는 게 최상의 삶입니다.

매 순간 삶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야 합니다.

축구공을 보면 나는 매일이 새롭습니다.

축구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관리해야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자랐습니다.

사람들은 손흥민이 어떤 훈련 프로그램으로 운동했는지에 더 관심이 많지만 저는 사실 중요한 건 내적인 부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삶에 완성이란 없다. 어느 정도 왔다 하더라도 '이제 반을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해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내가 잘났다는 우쭐함은 차원이 다르다. 자기의 중심을 잃는 순간 집중력은 현저히 낮아진다.

지금도 나는 '초심, 초심'을 강조한다. 자만하지 말라. 축구선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교만이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넘게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3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종종 잊는다.

지금까지 나는 축구 외에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재미있는 것도 없다. 축구가 가장 좋다. 축구 하나만 보고 살아왔고, 지금도 축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열망하고, 그걸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렇게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중요한 건 여기에 있다. 그 마음 안에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그 마음을 뒤로 밀쳐내고 그것을 수단으로 여기는 순간, 모든 것이 삐그덕대기 시작한다. 욕심이 앞서고 명예를 좇고 세상이 셈하는 숫자와 타이틀에 목을 맨다.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말라. 

그것이 곧 안주하는 거다.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내 성장을 생각해라.

자신이 이룬 성과에 만족하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무척이나 두려웠다.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마라. 매 순간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게 살아가야 한다.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하루하루 자기 삶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성공이지, 그 결과로써 주어지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내가 지금 상황이 좋다고 오만하면 인생을 망친다. 사람을 끔찍하게 패망시키는 것이 바로 오만이라고 한다. 이놈은 어찌나 지독한지, 사람이 죽어 관 속에 들어가도 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관 속에 들어가는 게 바로 오만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만과 오만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성공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성장이다. 나를 성장시키려고 마음먹었을 때, 나를 초월하고 나를 넘어서겠다고 다짐했을 때 성장이 찾아온다. 잡스의 연설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의 발전을 위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상을 받고 찬사를 받으면 흥민이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 기쁘고 좋을 것이고, 나는 아비로서 그것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다. 그뿐이다. 영원한 것은 없기에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음을 잊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네가 골을 넣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 네가 할 일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흥민이가 데뷔골을 넣었을 때 내가 한 말은 이것이다. 다행히 흥민이는 내 속뜻을 잘 알아주었다. 인터넷 안에서 아우성치는 것들, 그것이 칭찬이든 비난이든 그것에 휘말리지 말아야 했다. 잠을 자고 몸을 회복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 조심하는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그 마음을 딛고 성장의 의지도 싹튼다.

 

우리 삶은 쇼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닙니다.

소 열 마리 가진 사람은 한 마리 가진 사람의 마음으로 살고,

소 백 마리 가진 사람은 열 마리 가진 사람의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삶입니다.

자신이 처한 삶을 있는 그대로, 꾸미지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사는 것이 진정한 삶입니다.

내실을 기하는 진정한 삶.

 

축구의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다가 아니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인생을 겸손과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강요할 순 없었지만 나는 끊임없이 강조했다. 축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축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교만할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몇 가지가 있다.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감사하라.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욕심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맨 처음에 돌 몇 개를 어느 자리에 놓느냐에 따라 이후 바둑의 판세가 확 달라진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전체가 틀어지게 되고, 바로잡으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흥윤이 흥민이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이 넘게 시간을 들여 깨끗이 바닥을 청소했다. 그런 다음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은 내가 세운 프로그램에 따라 단계별로 진행됐다. 아직 어린 나이임을 고려해서 훈련의 강도와 시간을 조절했다. 내가 아무리 '축구, 무척 힘들어'라고 경고했어도 아이들이 그 힘겨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순 없었다. 그 어려움을 몸으로 겪어 깨닫게 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축구의 화려한 겉모습만 계속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면 빨리 환상을 깨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역경을 거쳐야 꿈에 다다른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꿈이 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되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축구를 시작한 초기부터 나는 꿈을 크게 가지라고 강요하진 않았지만, 일단 꿈을 꾸기 시작했다면 그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은 강조했다.

"너희들 상대는 국내가 아니야. 너희들 상대는 세계야. 세계 각지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바로 이 순간에 너희가 편히 잠을 잘 때도 그 아이들은 공을 차며 자신의 재능을 가다듬고 있다는 걸 명심해. 물론 쉴 땐 잘 쉬어야지. 하지만 훈련할 땐 아주 치열하게 하는 거야. 이 세계의 벽? 절대 안 높다! 너희들도 할 수 있어!"

가슴만 뛰는 축구선수가 아닌 가슴과 내가 함께 뛰는 축구선수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동기부여를 해야 할지가 늘 고민이었다. 축구를 잘한다고 해서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축구를 하면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확고한 자기 철학이 있을 때 가능하다.

 

집중력이 흐트러져 대충하려 할 때나 바른 자세로 하지 않고 멋대로 요령을 부릴 때는 고함을 질렀다.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면 엄하게 혼냈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을 때는 그냥 봐주지 않았다. 내 자식이고 안쓰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가 냉정해야 아이가 강해진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컨트롤할 힘을 길러주어야 했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도 통제할 수 없다. 공은 둥글다. 축구 경기에서 원하는 대로 공이 잘 날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상황이 계획대로 펼쳐지는 경우도 드물다. 삶이 그렇듯이 축구에서도 변수가 항수다.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둘 중 하나다. 통제하지 않으면 통제된다. 공도 삶도 스스로 컨트롤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 진리를 몸에 각인시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막막했지만 늘 그래왔듯 다시 시작하면 되었다.

 

나는 내 축구선수의 경력이 언제든 단절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항상 품고 살았다. 내가 축구를 하는 것은 양복점의 재봉사가 재봉질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차이가 있다면, 재봉사가 옷감에 마름질해서 재봉질하는 반면 나는 운동장에 가상의 동선을 그려가며 공을 찬다는 점일 것이다. 20년, 30년 한 가지 일을 하며 장인의 경지에 오르는 재봉사처럼 축구선수도 그런 자세로 축구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다. 그러니 축구선수가 축구를 잘하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도 놀라운 일도 특별하게 환영받을 일도 아니다. 축구가 직업인 사람으로서 공을 잘 차기 위해, 그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취미 생활이 아닌, 동호회 활동이 아닌, 프로선수라면 말이다.

 

'행복'을 생각하면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번 돈을 그대로 다 쓴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행복과 성장'이다. 내 안에서 생각의 균형을 잡는 키워드였다.

 

자신이 선택해서 자기 의지를 발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거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조용히 나의 역할을 수행한다. 영국에서 나의 생활은 새벽 4시 반에 시작한다. 일어나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흥민이와 아내가 깨지 않게 조용히 청소를 한다. 내 방, 거실, 주방, 화장실, 청소기를 돌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청소를 미리 해두면 아내가 일어나 간단하게 과일과 식빵으로 아침을 준비한다. 세 식구의 단출한 아침 식사가 끝나면 흥민이는 운동하러 떠나고 나는 그때부터 청소기로 집 안 모든 곳을 청소한다. 청소 시간은 두 시간 이상을 할애하는데, 청소하는 시간은 나에게 사색의 시간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지난 일들을 돌아본다. 마치 산책과도 같고 때론 참선과도 같다. 반복되는 동작 속에서 물결치던 마음은 고요히 정돈되고,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몰랐던 질문의 해답들이 우물처럼 차오른다. 그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청소를 마치고 한 시간 반 동안 개인 운동을 하면 점심시간. 그리고 오후에는 책을 읽는다. 흥민이 경기가 없을 때는 저녁 식사 후 8시 반이 되면 잠자리에 들지만, 경기가 있는 날은 새벽까지 흥민이를 기다렸다 몸 상태를 살피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케어한 후 새벽 3시경 잠자리에 든다. 그것이 나의 일상이다.

 

삶을 멀리 봐라.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아라.

 

훈련할 때 재미있게 하고 경기할 땐 욕심내지 않는 것

 

"올 시즌에는 상황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올 시즌 조금 어려웠다고 내년 시즌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농부가 올해 풍년이 들면 다음 해에 흉년이 들 수도 있고, 올해 흉년 들었는데 내년에는 풍년이 들 수도 있는 거다.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계속 풍년만 들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다."

운동선수에게 승패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승패에 연연하는 마음을 초월할 수 있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해도 오늘 축구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선수. 오늘 경기가 잘 풀렸다면 그 행복감을 만끽하는 선수. 돈과 명예를 떠나 공을 찰 수 있음에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선수. 멀리 봤을 때 나는 이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사랑한다면, 순간순간에 충실해야 하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것이 시간의 밀도를 다루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은 영원하지 않기에 한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으며 그냥 흘려보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원망하고 후회하고 방황할 시간은 없었다. 그건 사치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잃는다. 어차피 일어난 부상과 은퇴였다. 그것은 과거다. 과거로 인해 소중한 나 자신과 가족을 망가뜨릴 수는 없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나'다.

 

나에게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원망하고 후회하고 방황하며 내 인생을 낭비할 수 없었다.

내 몸을 망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 시간을 이겨냈다.

 

은퇴 후, 뛰고 싶었습니다. 많이 뛰고 싶었습니다.

나와 흥민이한테는 축구가 인생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전부가 축구인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다른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 것, 그동안 해온 것, 이미 알고 있는 것에만 집착하면 비좁은 곳에 갇혀 갑갑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두 개의 창문을 모두 열어야 합니다. 

바람이 지나가도록.

마음의 창문도, 가능성의 창문도 모두 열어놓고 자주 환기를 해야 합니다.

 

삶은 몇 번의 기회를 준다.

무심하게, 혹은 선물처럼.

기회를 잡는 자와 흘려보내는 자가 있을 뿐이다.

 

아이들의 일에 실패란 없다.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돌아보면 감사하지 않을 일들이 없다. 

 

"물건은 심플하게 소유해야 해. 소유물이라는 건 내가 그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유물이 나를 소유하는 거야. 불났을 때를 생각해봐. 불났을 때 그 소유물을 챙기겠다고 욕심을 내는 순간 내 소유물로 인해 내가 죽을 수도 있어. 불이 나면 내 소유물이 장애물이 될 수 있어."

 

휴식하고 경기하고 휴식하고 경기하고. 일의 본질, 일의 핵심을 생각해야 했다. 우리가 그곳에 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경기에 충실해야 했다.

 

당연한 일은 없다. 우리가 누리는 이 하루는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다. 신선한 공기, 따뜻한 햇살, 사랑하는 이의 웃음이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청춘이 아름답고 짧게 흘러가듯 우리 생 또한 그럴 것이다. 설령 우리의 생이 100년 넘게 펼쳐진다 해도, 이 장엄한 우주의 역사와 자연에 비하면 그건 수억만 분의 1초 동안 움직인 작은 벌레의 자취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산다는 것은 날마다 곡예와 같다. 그리고 쏜 화살과도 같다. 그렇기에 귀중하다.

감사하다. 그리고 조심스럽다. 오늘 운이 좋았다고 내일 운이 좋으라는 법은 없기에. '운칠기삼'을 가슴에 새기며 하루를 보낸다.

 

네 인생을 살면서 불평불만하고 하소연하지 말라.

네 삶이고, 네가 만드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재무장하는 것도 중요하고 이미지트레이닝도 중요하다. 스스로 뛰는 걸 머릿속으로 항상 그려봐야 한다. 훈련 양도 마찬가지다. 경기를 못 뛰었을 때는 경기를 뛴 선수들보다 1.5배 더 훈련해놓아야 한다. 마치 오늘 풀타임 경기를 뛴 것처럼 몸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경기를 못 뛰었던 그 시간 동안 흥민이와 나는 정말 미칠 정도로 훈련을 했다.

"기회는 와. 기회는 오는데, 준비를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만 남는 거야. 네가 묵묵하게 기회가 올 때까지 훈련 양을 계속 늘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임팩트를 보여줘야 해."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지금 바로 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놓는 것.

언제 찾아올지 모를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묵묵히 훈련하는 것.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상대가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선수의 역할입니다.

 

누군가 내 영혼을 짓밟으며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아니요"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한다. 욕심을 내려놓은 사람, 바라는 게 없는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오늘 하루를 양심껏 살았으면 저녁에 발 뻗고 잘 수 있다.

간단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면 된다.

 

비신사적으로 나오는 사람에게 신사적으로 대할 필요도 없다.

 

온순하고 착하고 예의 바르다는 덕목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감 있는 것, 꿀리지 않는 것,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것은 경기력과도 직결된다. 위축되는 순간 얕잡힌다.

"물러날 필요 없어. 네가 화가 나면 무슨 액션을 취해서든 네가 화가 났다는 메시지를 줘라. 주저하지 마라. 부당하다고 판단했을 때는 붙어서 해결해라. 안 되면 뭐라도 집어 던지고 깨고 부수더라도. 네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신감! 자신감!

일단 붙어봐야 할 것 아닌가.

저질러보고, 깨지고, 얻어맞아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성격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적이 많다. 객지에서 쪼끄마한 녀석이 와서는 고집도 보통이 아니고 미친놈처럼 연습만 하는 모습이 곱게 보였을 리 없다. 나를 뒤에서 욕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생각한다.

'그럼 나는 너보다 두 발 앞서 있는 거네. 네가 뒤에서 욕하니까 내가 앞서 있는 거지. 내 뒤에서 욕하는 놈들은 나보다 뒤처져 있는 거야.'

 

없는 말, 과장된 말, 악의적인 말들의 홍수 속에서 휩쓸리고 흔들리고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덧붙인다.

"큰길가에 집 못 짓는다."

자기들의 사고방식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우리의 판단과 가치는 뒤안길로 밀려난다. 이러쿵저러쿵 훈수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큰길가에 집을 짓다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한마디씩 거들겠는가.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중심을 가지고 있느냐,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확신이 있느냐이다.

투명하고 진정성 있고 일관된 삶을 살도록 노력하되, 어떤 상황에서도 강한 멘탈을 유지해야 한다.

배짱과 자신감. 그리고 감사와 겸손.

 

모든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다.

 

'성공'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성장'이야말로 우리가 늘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흥민이를 보며, 이번 시즌보다 다음 시즌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성장에는 끝이 없으니.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면 바랄 게 없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언제나 최고의 날은 저 앞에 있다고 믿고 노력해야 합니다.

골을 넣었어도, 승리를 했어도, 우승을 했어도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훈련할 때는 재미있게, 경기할 땐 욕심 없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 축구다.

 

나는 늘 아들을 향해 생각한다.

'다른 건 욕심이다.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축구를 해서 내 자식이 아니라 너는 그냥 내 자식이다. 네 건강과 네 행복이 내 첫 번째다. 이기고 지는 건 차후 문제다. 오늘도 네가 행복한 경기를 하고 오고, 안 다치고 경기 치르고 오면 되는 것이다.'

 

낙숫물이 떨어져서 바위를 뚫는 듯한 반복. 그 꾸준함과 끈질김이 필요했다. 그곳에서 기본기가 시작된다.

 

장난감, 게임기는 못 사주는 아빠였다. 하지만 시간은 함께 보내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했으니 아이들 유년 시절은 자연스럽게 늘 함께였다. 같이 보낸 그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감정에 휘둘려서 혼을 내지 않을 것. 인격을 훼손하지 않을 것.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을 지키려 노력했다. 일관되게 말하고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했다. 내 자식이지만 나와는 다른 삶이기에 조심스러웠다. 지금도 그렇다. 성장하고 성인이 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 한계를 매일 인식한다.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울 수 있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고. 나의 작은 그릇이 내 아이들을 작게 가둘까 두려웠다. 모든 아이는 엄청난 잠재성을 지닌 존재다. 아이들이 그 잠재력을 걸림 없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부모는 넓은 울타리 안에서 지켜봐주어야 한다. 관리하고 통제하기 쉽게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둬두는 심한 간섭도, 여기가 어딘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방치하는 방임도 지양해야 한다.

신뢰와 격려로 멀리서 지켜봐주는 것.

그 아이가 스스로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믿으며 응원해주는 것.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다.

내가 낳았지만 아이들은 또 다른 인격체다. 내 소유물이 아니다. 이들만의 삶이 존재한다. 이들이 원하는 자신의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부모는 도울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더라도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저 믿고 응원하고 지켜보는 조력자, 버팀목이 되는 일뿐이다.

 

아내의 행복, 자식의 행복, 나의 행복, 가족의 행복을 인생의 가치 리스트 중 가장 우위에 놓았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 흥윤이와 흥민이는 그런 가족 분위기 안에서 자라났고, 가정을 잘 지키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배워왔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부모로서 자식이 꾸는 꿈을 돕는 것도 행복이고,

그 도움의 시기가 끝났을 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만드는 것도 행복이라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것은 할 수 있도록 도왔고, 하고 싶다는 것을 하지 말라고 막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무리 많은 금은보화가 무진장 주어진대도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게 아니면 감사한 삶도 사라진다.

 

두 형제간에 머리를 비교하면 둘 다 망하지만, 두 아이가 지닌 개성을 비교하면 둘 다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우리 아이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어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이건 우리 아이들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모양은 다 제각각이다.

 

축구를 통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느냐는 몇 경기 이기는 것보다 천 배는 더 중요한 문제다.

승패를 떠나 축구의 맛을 느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런 태도가 내면화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먼저 재능과 성공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이야기다. 축구를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먼저다.

나는 아이들이 축구를 대하는 마음이 굳고 곧았으면 한다. 자신을 긍정할 줄 아는 사람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살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축구밖에 없으니,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면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패배를 끌어안는 힘도 배우고, 실패를 딛고 일어날 힘도 키우고, 다른 사람의 아픔도 내 아픔처럼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돈을 위해서 일을 하는가, 내 존재를 위해서 일을 하는가. 한 번 왔다 가는 인생이고 쏜 화살처럼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짧은 인생인데 내 스스로를 착취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는가. 길을 가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때면 생각한다. 저들의 움직임은 무엇을 위한 움직임일까. 돈일까 행복일까 욕망일까 건강일까 즐거움일까......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나의 움직임은 무엇을 위한 움직임일까?

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사는가 생각해보니, 자기애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 혼자 슬며시 웃었다. 나는 내 몸에 가치를 두고 살아왔다. 건강한 몸. 나이 들어도 움직일 수 있어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몸.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

신외무물. 나이가 들수록 '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부와 명예, 권력에 많은 가치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 몸은 어떻게 되든, 자기가 사는 공간은 어떻게 되든, 자기 자신과 먼 것들을 추구하며 사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이십 대 때 치열하게 살아야 삼십 대 때 빛나게 살 수 있고 삼십 대 때 치열하게 살아야 사십 대 때 빛나게 살 수 있다. 누구나 추레한 노인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몸 건강하게 품위 있는 노인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갑자기 존경받는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노후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읽고 있다. 연세 드신 분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찰한다. 내가 더 나이가 들어 어떤 노인이 될지 배울 건 배우고 반면교사 삼을 부분 역시 기억해둔다.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타인에게 간섭 받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몇 가지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다.

첫째, 매일 운동한다.

둘째, 매일 책을 읽는다.

셋째, 내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돈하고 살핀다.

 

호기심과 열정 또한 중요하다. 나이 들었다고 호기심과 열정까지 버리면 안 된다. 늙은 사람이 무슨 에너지로 호기심과 열정까지 챙기느냐 하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열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없어서 나이가 드는 것이고, 아파서 못 걷는 게 아니라 걷지 않아서 아픈 것이다. 핑계 대는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사라진다.

나이가 먹을수록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해묵은 기성세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두피 관리도 해야 하고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옷도 깔끔해야 하고 말도 조심해야 한다. 말수를 줄이고 목소리도 낮춰야 한다. 젊은 사람이라고 함부로 반말을 쓰면 안 되고 존칭하며 존중하며 양보해야 한다. 나는 소위 MZ 세대가 세상을 바꿀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 세대들이 하는 걸 유심히 관찰하고 배울 부분을 찾아 배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 지난 세대와 다른 가치와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바라본다. 사람마다 보는 위치와 상황이 다르니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불혹이 되고 지천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따르는 것이 아닌, 내 마음을 스스로 조종할 수 있도록 매일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마음이 흔들리는 대로 따르지 말고 내가 주도권을 쥐고 내 마음의 흐름을 조종해야 한다. 온갖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평온한 마음을 위해.

이 모든 노력을 위해, 그 방도를 찾기 위해 나는 책을 본다.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는 건 책이다. 결론은, 책이다. 독서는 다른 나라, 다른 세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게으른 사람은 떡집을 옆에 놓고도 굶어 죽는다.

지금도 영국으로 책이 배달 오는 날이 가장 설렌다. 읽을 책이 떨어지면 돈이 떨어진 것보다 허전하고 힘들다. 읽고 싶은 책들을 20, 30권씩 모아서 주문을 하고 한국에서 배송 오기를 기다린다. 읽을 책이 책장에 쌓이면 곡식 창고가 가득해지는 느낌이다. 읽을 게 이렇게 많다니! 나를 성장시키고 성숙시키고 변화시켜온 것은 바로 책이었다. 우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 책이다. 앞서 말했지만 책으로부터 받은 혜택이 너무도 많다.

 

종종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살핀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것이다.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그때 게으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했던 너의 삶은 잘 산 삶이었다고. 고맙다고. 이제 나는 제로라는 숫자에서 다시 노후를 설계하고 있다. 책을 통해서 미래가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매일 상상한다. 의외의 기회, 꼼수를 바라기엔 세상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쯤은 이제 안다. 노력하고 준비하는 만큼 세상은 기회를 준다. 흥민이가 은퇴하면, 나는 내가 그간 쌓아둔 축구와 근력에 대한 경험과 훈련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여행을 다니겠다. 책을 보고 독서노트를 작성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겠다. 허세 허풍 떨지 않고 녹슬지 않고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한 나의 계획이다.

삶을 돌아보면,

늘 내겐 인생의 네 가지 목표이자 바람이 있었다.

첫째, 남에게 빚지며 살지 말자.

둘째, 살아 있으면서 이 세상에 폐를 안 끼치며 살 수는 없겠지만, 폐 끼치는 것을 최소화 하자.

셋째, 남에게 강요받지 않는 삶을 살자.

넷째, 남에게 조종당하지 않는 삶을 살자.

쓸데없는 일과 물건들로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는 '단순한 삶', 가진 건 없어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자유로운 삶', 다른 사람의 평가나 명예, 권력과는 무관한 '담박한 삶'.

나는 항상 이러한 삶을 살고 싶고, 앞으로도 이러한 삶을 살겠다. 욕심을 내려놓고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돈을 벌기 위해, 명예를 얻기 위해, 인정과 관심을 받기 위해 살지 않는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

이러한 삶을 살겠다.

 

우리가 맨몸으로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는 것은 평생을 배우고 익히며 살라는 의미일 거라고 말이지요.

 

세상에 던져진 아이는 우연히 축구를 만나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 삶의 지침서는 다름 아닌 '축구'였습니다. 저는 늘 성공이 아닌 성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우화에도 나오듯 인간은 두 발로만 사는 게 아닙니다. 두 발로 서기 전에는 네 발로 기고, 두 발로 걷다가도 지팡이를 짚고 세 발로 다니게 됩니다. 대낮에는 인간의 그림자가 가장 짧고 오후에는 다시 커지다가 밤에는 사라지게 됩니다. 아침, 점심, 저녁이 모두 다 있는 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어느 한때만을 보고 성공, 성취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흥민이도, 또 그 누구라 해도 인생의 긴 레이싱을 끝까지 힘차게 완주하는 것이 궁극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고 행복하게 보내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