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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타라 미치코)

아름다운 존재 2023. 11. 7. 07:45

매일 밤, 잠들 때가 가장 행복해요. 오늘도 건강한 몸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고, 비바람을 피할 집이 있고, 따뜻하게 몸을 누일 침대가 있어서 정말 감사하지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행복한 87년이었습니다. 저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하고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려고 했어요. 언제나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기에 힘들 때도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돌아보면 항상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항상 곁에 머물기는 어려운 법이에요. 각자 삶의 방식을 유지하며 살다가 가끔 만나면 오히려 서로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지요. 가족 간에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먼저 말을 건네거나 화젯거리를 꺼내지는 못해요. 항상 이야기를 듣는 편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을 좋아한답니다. 특히 친한 사람을 소중히 여겨요. 취미 수업 등 참여하는 곳이 많아서 친구들도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을 얕고 넓게 사귀는 편이랍니다.

항상 같이 다니는 사람은 없어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지요. 기본적으로 뭐든 혼자 하기 때문에 이 정도 관계가 딱 좋아요.

남들이 저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저도 남에게 깊이 파고들지 않아요. 선을 넘지 않는 것이 편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야깃거리를 꺼내기보다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에요. 원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죠.

뭐든 주로 혼자 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는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죠.

'모든 사람이 내 선생님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있어요. 나이는 전혀 상관없어요. 같은 연배의 친구들이 거의 없으니 지금은 여덟 살 어린 여동생 세대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답니다. 나보다 어리지만 모두 배울 점이 많은 든든한 친구들입니다. 제가 가르치려 하다가는 오히려 창피를 당할지도 몰라요.

 

어른이 되어서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각자의 삶, 아주 가끔 만나도 좋습니다.

친구 관계처럼 가족에게도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아요. 물론 힘들 때는 서로 돕자고 이야기하지요.

 

지금까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경험했고 이런저런 힘든 일도 많았지요. 평탄한 인생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고민이 많은 사람이 아니랍니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지요. 인간관계가 잘 풀리지 않고 좋지 않을 때도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이왕이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했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싫었던 부분은 없어요. "싫다고 생각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결심한 순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성향'이에요. 나중에 '그때 할걸 그랬어'라고 후회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하고 싶은 일은 모두 이뤘어요. 안 될 것 같은 일은 빨리 포기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원하던 모든 일이 100퍼센트 다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포기가 빠른 편이거든요. 집착하지 않아요.

결혼하기 전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는 밤에 양재학교에 다니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지퍼 달기, 목둘레 마감, 주머니 달기 등 수업이 점점 어려워지자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죠. 이건 날ㅇ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3개월 만에 그만뒀어요.

지금도 재봉틀은 쓸 줄 모르고 옷도 지을 줄 모른답니다. 하지만 재능이 없어서 포기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아요. 재봉틀을 쓸 줄 모르면 손바느질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요. 애초에 대충 넘어가는 성격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요. 때가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죠. 실제로 항상 그렇게 되어왔고요. 그래서 지금도 미래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이지요.

그보다는 지금을 즐기고 싶어요. 매일 긍정적으로 살아야지요.

 

스스로 이것저것 고민하며 주어진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는 과정이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