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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마이크로 리추얼(장재열)

아름다운 존재 2024. 5. 25. 20:58

저도 여전히 명상 때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갑자기 위안이 확 되는 거예요. , 저렇게 오랫동안 수행을 하신 스님도 다른 생각이 들 수 있구나. 저는 물었어요.

그럼 그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인가요?”

그냥 알아차리고 다시 명상으로 돌아오면 되지요.”

잡생각이 드는 그 자체를 책망하거나 문제시하지 말고 다시 돌아오는 힘을 기르면 된다는 겁니다. 어쩌면 이 돌아오는 힘은 명상만이 아니라 우리 삶 자체에서 필요한 가치일지도 모르겠어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고작 5~10분짜리 명상에서조차 수많은 잡생각 때문에 내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를 느낍니다. 하물며 100년 인생에서는 오죽할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상황 자체를 원망하고,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다시 일상의 본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유연함이겠지요.

그날의 토크쇼를 마치고 깨달았어요. 명상이라는 것은 그저 일상을 고요하게 만들어주는 도구 정도가 아니라, 인생에서 생각지 못하게 궤도를 빗나갔을 때, 또는 온갖 생각으로 흔들릴 때 다시 돌아오는 힘을 길러주는 고요하고도 강한 중심 잡기의 연습이라는 걸요.

 

항상 하면 어딘가로 떠나는 것만 생각했던 저로서는 생각의 방향을 180도 바꿔야 했지요. ‘어떻게 생각을 전환할 수 있을까고민하던 끝에 떠오른 아이디어는 이었어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멀리했던 장르의 책 열 권만 빌려서 읽어보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에 가장 읽지 않았던 장르의 책이라면, 저의 사고방식과는 가장 멀리 있는 것들일 테니 거기서 힌트를 얻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많은 사람이 곁에 있었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빚을 진 기분이 들더군요.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한 분, 한 분에게 편지를 써서 선물이라도 보낼까. 찾아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릴까.

그런데 한 선배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재열, 선물은 됐고, 인사도 안 해도 돼. 나한테 꼭 그대로 돌려주려고 할 필요 없어. 그러지 말고, 지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을 도와줘. 그게 선순환이지.”

 

비로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더군요. 그건 기도였어요.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닌, 타인을 위한 기도 말이에요.

내가 위기의 순간에 수많은 타인에게 따듯한 마음을 건네받아 헤쳐나올 수 있었으니, 이젠 내가 타인에게 마음을 건넬 차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종이 위에 차례대로 이름을 적고 그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리추얼의 목적은 결국 내 마음이 편하길 바라는 것이니까, 안 하고 싶은 날엔 안 하는 것행위 그 자체가 또 다른 리추얼이 되는 게 아닐까?

공감되지 않나요? 결국 각자가 원하는 구체적인 감정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게 리추얼입니다. 그렇다면 안 하고 싶은 날, 못 할 것 같은 날엔 하루쯤 건너뛰는 것. 그리고 그것에 부채감을 가지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자기 돌봄, ‘리추얼이 되는 거지요.

 

만족을 바라보고 살면 항상 시선이 미래에 가 있거든. 그런데 족하게 살려고 하다 보면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점검하고 살피게 되더라. 시선이 오늘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고 해야 하나. 꼭 성장이나 기대를 내려놓는다는 게 아니야. 오늘에 시선을 둔 채로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느낌인 거지.”

시선은 오늘에 둔 채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삶. 팀장님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내내 이 문장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삶에서 리추얼을 실천하고 만들어가려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더군요. 오늘의 나를 위해서 행하는 작은 무언가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회복하고 성장시키다 보면, 더 나은 미래를 자연히 따라오는 결과물이 될 테니까요.

 

오늘에 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만족할 만한 미래로 가 닿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겠다고요. 다가올 미래라는 건 살아온 오늘의 총합인 거니까요.

 

강박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소한 것들의 힘이 있음을 알게 됐잖아요. 때로는 빼먹어도 괜찮고, 한동안 못 해도 괜찮아요. 치팅데이가 조금 길어져도 괜찮아요. 완전히 멈추지만 않으면 됩니다. 꾸준히 해나가자는 말은 매일 하자는 게 아니에요. “어찌되었든 지속하자라는 말입니다. 큰 배일수록 뱃머리를 돌릴 때 오래 걸린대요. 우리의 변화도 그럴지 몰라요. 리추얼을 해봤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이고, 그래서 며칠이고 몇 주고 안 하고 내팽개쳤다고 해도 괜찮아요.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또 시작하면 돼요. 그러면 분명히 삶의 뱃머리는 다시 서서히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갈 겁니다.

 

아무리 유능한 전문가라도,, 지혜로운 멘토라도 결국 타인, 즉 나의 외부에 있는 존재입니다. 외부에서 전해지는 말이나 글은 우리 삶에 작은 불씨 이상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걸 받아들여 변화의 불을 지피는 건 우리 자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